8월 웹소식지>리뷰2> 장애와여성주의반 HIV/AIDS 운동과 반차별 : 장애와 질병의 관계를 질문하기, 질병의 범죄화에 저항하기

장애와 질병의 관계를 질문하기, 질병의 범죄화에 저항하기

작성: 진경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장애여성공감은 함께 배우고 경험을 나누며, 서로 지지하는 장애여성학교를 9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애여성학교는 미술반, 음악반, 한글반과 장애와 여성주의반이 운영되고 각 반들은 올해 장애여성학교의 기조인 “반차별”과 “공동행동”을 각 반의 방향과 특성에 맞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이 중 장애와 여성주의반은 다양한 운동은 반차별과 어떻게 만나는지 함께 배워보고, 복잡한 차별구조를 알아보며 우리는 운동과 일상에서 어떻게 반차별 운동을 해나갈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맞고 추동할 수 있는지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5월 30일 수요일은 장애와 여성주의반 강의가 열렸습니다. 이 날은 타리 활동가가 <HIV/AIDS운동과 반차별>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 아래의 내용은 타리 활동가의 강의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만성적인 질병을 가진 사람들과 장애인의 삶은 어떻게 겹쳐질까요? 많은 나라에서 HIV/AIDS처럼 만성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장애인 안으로 포섭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런 생각이 공유 된지는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2014년 요양병원이 HIV 감염인을 거부한 사건을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면서 HIV/AIDS 운동과 장애인 운동은 본격적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의 성적 권리’와 ‘HIV 감염인의 성적 낙인’을 어떻게 연결해서 고민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강의에서 HIV/AIDS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다룰 때 HIV/AIDS 운동에서 흔히 쓰는, 감염인 당사자를 지칭하는 ‘PL’이라는 용어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PL’은 ‘People Living with HIV/AIDS’의 약자로, HIV/AIDS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 언어는 장애인을 ‘disabled people’ 대신에 ‘people with disability’ 라고 표현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떠올립니다.

AIDS라는 질병이 사회적으로 처음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의료적인 부분과 치료에 대해서는 상당한 발전과 변화가 이루어졌지만, 관련된 정책과 인식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엄청난 간극이 존재합니다. 한국에서는 80년대의 인식과 경험이 그대로 유지되어 오면서 2000년대 말의 성소수자 혐오 선동 세력이 ‘귀족 환자’, ‘에이즈테러’처럼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언어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런 간극은 HIV감염인의 인권 현실과 직결됩니다. HIV감염인은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하는 의료차별을 비롯해서 일상적인 낙인과 배제를 경험하고 있으며 에이즈예방법의 전파매개행위 금지조항은 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상황 자체를 범죄화 시킵니다. ‘미래’의 질병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지금의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HIV감염인은 사회적으로 ‘건강할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정되지 않는 데 이들에게 ‘건강을 유지해야 할 의무’만을 강요합니다.

HIV감염인의 인권과 반차별 운동을 연결하여 생각할 때 작년에 있었던 부산의 HIV 감염인인 지적장애여성의 복합적인 상황은 우리에게 많은 고민들을 던져줍니다. 지난 5월의 1심 재판부 판결에서 성매매방지법과 에이즈예방법 위반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지만 ‘HIV 감염인은 처벌과 격리보다 치료와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라고 전향적으로 판단한 부분은 주목할 만합니다. 젠더와 장애, 사회경제적인 위치, 질병을 가진 상태 등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한 사람의 삶이 차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나아가 주변의 강요가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성매매를 했다고 본인이 주장하는 상황에서 법적으로 지적장애인은 피해자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넘어서 어떻게 그 여성이 원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소득을 얻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HIV/AIDS 운동은 장애에 대한 개념이나 장애인의 범주를 다시 질문하게 한 다는 점에서 장애인운동과 좀 더 적극적으로 만나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럴 때 HIV감염인에 대한 혐오와 장애인에 대한 동정이 얼마나 가까운지, 사회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취약한 집단의 권리를 어떻게 구성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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