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선(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장애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예측 불가능한 에피소드들을 우리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 이 이야기들을 어디서 풀어낼지 늘 고민이지만, 최근에 춤추는허리에선 ‘더 드러내고 전시해보자’고 동료들과 집중해서 말하고 있다. 지난 8월 20-21일, 극단 춤추는허리(이하 춤허리)는 주상하이한국문화원(이하 상하이문화원)에 초청받아 <농담>과 <디에게>를 상영하고 관객 분들을 만났다. 이번 상하이 여정도 그 과정 중에 하나다.
출국 4시간 전부터 공항에 모인 은선, 성선, 진희. 샤르코마리투스 중증, 전동휠체어 둘, 그리고 나의 첫 호흡기와 함께한 여정의 시작. 당초 목적지였던 홍차오 공항은 전동휠체어가 이동할 수 없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어 급히 푸동 공항으로 바꿔야했다. 항공사마다 천차만별인 매뉴얼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호흡기 탑승 기준이 한층 더 까다로운 것도 예약 단계부터 현장에서 몸소 알게 되었다. 역시 만반의 준비에도 새로운 변수는 늘 긴장되지만, 장애가 진행된다는 것은 새로운 몸을 배워가는 일이다.
![[사진 1] 주상하이한국문화원에서 농담 상영회를 하고 있다. 관객과의 대화로 배우와 사회자가 무대에 있다.](https://wde.or.kr/wp-content/uploads/2026/10/사진-1-주상하이한국문화원에서-농담-상영회를-하고-있다.-관객과의-대화로-배우와-사회자가-무대에-있다-1024x576.jpg)
무사히 푸동행 비행기에 올라 활보하느라 바쁜 진희, 1분마다 몸을 뒤집어야 하는 장애여성들. 예상된 미래보다 더 치열하고 빠르게 지나갔지만, 우리는 상하이에 무사히 도착했다. 곧바로 상하이문화원으로 이동해 상영 리허설을 진행하며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했다. ‘주렁주렁 치렁치렁’ 짐을 단 장애여성들과 함께하는 길은 결코 가뿐하지 않다. 접근성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만날 수 없다면 여정을 시작하기조차 어렵다. 만나야 부딪치고, 만나야 시도하고, 만나야 이 시간들을 채워갈 수 있다. 효율적이지 않게 여겨지는 이 시간을 함께 겪기 위해 내는 마음, 쏟는 시간들, 그 의미를 더 소중하게 말하고 싶다. 그래서 완벽한 세팅보다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그 고민을 나누고 싶었다.
![[사진 2] 주상하이한국문화원 상영회를 위해 상하이 거리를 진은선, 이진희, 진성선 활동가가 걷고 있다.](https://wde.or.kr/wp-content/uploads/2026/10/사진-2-주상하이한국문화원-상영회를-위해-상하이-거리를-진은선-이진희-진성선-활동가가-걷고-있다-1024x576.jpg)
리허설 내내 떠올린 건 우리가 말해온 ‘독립’의 의미였다. 독립이란 모든 것을 혼자 척척 해내는 것이 아니라, 잘 의존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살피는 최고의 감각인 ‘몸눈치’, 그리고 의존은 사회를 바꾸는 동력이다. 바닥에서 생활하며 불구의 몸으로 서로를 돌보는 삶. 기꺼이 서로의 분비물과 뒤엉키면서도 성적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삶. 춤허리는 이 다채로운 불구의 경험으로 함께 다른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 장애여성이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는 일은 쉽지 않지만,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일이다.
![[사진 3] 주상하이한국문화원 상영회에서 디에게가 재생되고 있다. 서지원 활동가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영상.](https://wde.or.kr/wp-content/uploads/2026/10/사진-3-주상하이한국문화원-상영회에서-디에게가-재생되고-있다.-서지원-활동가가-퍼포먼스를-하고-있는-영상-1024x576.jpg)
결국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건 서로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아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농담이 중국에서 만나는 관객들에게도 통하기를 바라면서. 첫날부터 숨 가쁘게 움직인 춤허리, 다음 날 상영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